from 라우겐

혹시 드라마<이번 생은 처음이라>보셨나요? 극 중 작가인 여주인공이 글을 쓰다 아이디어가 막힐 때 습관으로 '청소'를 합니다. 가만히 책상에 앉아 고민하는 게 아닌 화장실 청소, 분리수거, 설거지 등과 같은 활동을 통해 뇌를 환기시키는 거죠! 저 역시 디자인을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막힐 때가 많은데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보고 청소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답니다.

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대표님께 락스를 사 들고 가 '혹시 일하다 한 번씩 청소를 해도 될까요?'라고 여쭤볼 정도였다니까요. 당연히 말리셨지만 이유를 설명해 드리니 다행히도 허락해 주셔서 일하다가 창작에 막힘이 느껴지면 사무실 보이지 않는 구석들을 청소하고 있습니다. (특히 방충망부터 창틀까지 청소하고 나면 얼마나 상쾌한지!) 이 모든 행동들이 이제는 단순히 의식적인 루틴을 넘어 무의식적인 '습관'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아요.

이러한 청소력을 보고 주변에서는 '깔끔해서 좋겠다'라고들 하시지만, 사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더 많답니다. 예를 들면, 밥 먹곤 설거지도 하지 않고 나가버린 동생을 보고 웃어넘기지 못하고 바로 전화를 걸어 '방에 그대로 던져버리기 전에 들어와서 치워라.'하며 성을 내는 것도 그러한 불편함일지도 모르겠네요. 물론 여전히 그 불편함은 현재진행형으로 치우려는 자와 치우지 않는 자의 끝없는 싸움 중이랍니다.

"당신이 살고 있는 ‘방’이 바로 ‘당신 자신’입니다."

책 '청소력'에 나오는 문장인데요, 실제로 청소 상태가 개인의 마음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더라고요. 일례로 뉴욕에서는 지하철 청소 후 흉악범죄가 줄어들었더랬죠! 그저 귀찮은 일이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는 작은 시작으로 반죽이 여러분도 오늘, 미뤄뒀던 곳을 한번 청소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? 전 이만 청소하러 가겠습니다.👾🧹🧹

매주 금요일 퇴근 후, 저는 '아 진짜 방 치워야지'로 시작한답니다. 아니! 방에서 24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방이 왜 항상 지저분한 건지😮‍💨 주중에는 퇴근 후 피곤함과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청소에 제 소중한 에너지를 할애할 수 없다는 핑계로 최대한 미루다가 금요일만 되면 어디부터 치워야 할지 막막해지는 거죠.

그런데 말이죠, 보기엔 지저분해 보이겠지만 나름의 규칙들이 존재하거든요. 침대 위에는 가급적 그 어떤 것도 올려놓지 않고, 책상 위에 있는 필기구는 항상 같은 위치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. 애초에 사흘도 못 가서 다시 어지러지는데 뭐 하러 치운답니까. 에너지 아깝게요!

그렇다고 제가 언제나 어디서나 더러운 건 아니랍니다. 순전히 제 방만! 안 치우는 거예요. 부모님과 같이 살기 때문에 함께 지내는 거실과 부엌이 지저분한 건 싫어하고, 회사에서 제 책상도 더럽지 않아요! 단지 제 방에서만큼은 정말 편하게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온전히 제가 편히 쉴 수 있길 바랄 뿐이에요. 그리고 청소를 안 한다고 해서 정리를 못하는 건 아니랍니다. 제가 또 한 번 했다 하면 아주 끝장나게 치우거든요. 그래서 한 번 치울 때마다 정말 어마 무시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보니 더 안 치우게 되는🫤

너무 우기고 있는 거 같긴 하지만, 애초에 '더러움의 기준'이 너무 주관적인 거 아닐까요? 예를 들면 저는 이 정도면 뭐 나름?이라고 생각해도 부모님께서는 좀 치우라고 하시더라고요. 그런데 제가 만약 청소를 안 해서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거라면 저도 정말 열심히 청소했겠지만 스스로가 괜찮다면야, 그럼 된 거 아니겠어요? 그러니 잔소리하시는 분들! 모두 일시정지해 주시길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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